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나는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 또한. 저자의 경험이 담긴 내용보다는 이론이나 지식이 담긴 책을 더 좋아하고, 아니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소설류를 좋아한다. 

 

이 책은 지금은 바뀌었지만 몇 일 전까지만 해도 밀리의 서재에서 서점 베스트 1위에 올라와있던 책이다. 아래 사진처럼 지금도 3위에 머물러 있다. 

 

 

계속 순위권에 있는 책이라 눈에는 들어오는데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뭔가 읽기는 싫은... 그래서 한동안 읽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시간이 좀 생기면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순위권에 들어있는 책은 모두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에 있는 이유가 있더라. 

 

정말 읽으면서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내가 살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작가님이 글로 정확하게 표현을 해 주셨다. 그래서 읽으면서 진짜 공감을 많이 했다. 

 

책 중 좋았던 문장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적어보았다.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떤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

 

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떤 길로 가는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걸어간 길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이렇게 최선이 아닌 차선의 길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고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위의 세 문장은 최근의 나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공감이 가 기록해 놓은 문장이다. 내가 지금껏 택한 선택들이 잘못되었던 걸까 고민했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 문장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하던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좀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떤가. 그 안에서 또 나만의 길을 찾아가면 될 것을. 

 

 

충고는 기본적으로 '너는 틀렸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틀렸더라도 막상 지적하면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할뿐더러 청개구리처럼 엇나가고 싶어 한다. 나도 충고를 들으면서 엇나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었다. 그러니까 내가 충고를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충고를 들었을 때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법이다. 그리고 아무리 충고를 해 줘도 그 충고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충고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No comment is better than any comment.

 

이건 그냥 정말 공감이 가서 기록한 문장이다. 충고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으로써 나의 마음을 너무 잘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버틴다는 것은 그저 말 없이 순종만 하는 수동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누워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와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이면서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버틴다는 것은 기다림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내는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분들 모두에게 응원과 존경을..!!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게 아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두 사람이 친밀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은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자신을 열고 상대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친밀함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맺게될 인간관계 특히, 남편, 자식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된 부분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걸 알기에 한 번 더 적어봤다. 

 

 

더 나아가 교육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무언가에 빠져서 몰입하는 시간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운동을 취미로 가지면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보다 더 활기찼고 운동도 하지만 덕분에 다른 일에도 집중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힘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앞으로 운동 말고도 다른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더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니체는 말했다.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고, 그러니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 쉽게 욱하고, 내가 당신을 꼭 이기리라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무섭기보다는 왜 저러는 거지 싶다. 오히려 일이 생겼을 때 부드럽고 유연하게 넘어가면서도 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위의 문장에서는 좀 벗어난 내용이긴 한데 아무튼 강함보다는 유연함이 오히려 더 세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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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좋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위의 문장을 읽어보고 좋다고 생각이 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문장들을 쭉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은 작가님이 살면서 느낀 것들, 책 제목과 같이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쓴 것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일, 직장 상사 등 우리 삶 전반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모두 이야기한다.

 

게다가 작가님은 40대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시고 20년이 넘게 투병 중이시다. 이렇게 고통과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둔 채 삶을 사셨던 작가님이시기에 이 글들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역시 책은 읽어봐야 아는 거고, 다양하게 읽을수록 내 세계가 더 넓어지는 것 같다. 베스트 순위에 있는 이유가 있는 책으로 내 주변에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