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기] 나는 어떻게 갑상선암을 발견했는가? - 2편

2025.03.18 - [diary] - [갑상선암 일기] 나는 어떻게 갑상선암을 발견했는가? - 1편

[갑상선암 일기] 나는 어떻게 갑상선암을 발견했는가? - 1편

 

검사 결과를 들으러 진료실에 들어갔다. 

시작은 기존에 건강검진 때 발견한 결절에 대한 이야기부터였다. 

기존에 발견된 결절은 모양도 나쁘지 않고 크기고 작아서 경과관찰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아하, 그렇구나.. 걱정 안해도 되겠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시 말씀을 시작하셨다. 

 

건강검진상 왜 못 발견한건지 모르겠으나, 건강검진에서 발견하지 못한 다른 혹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혹은 모양도 불균질하고 석회도 보인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시는 걸까 생각하며 듣다보니 결론은 조직검사를 해서 악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뭐지.. 나 암인가? 

에이 아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다른 환자분이 오셔서 진료를 받고 난 후 그 분도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나 말고 조직검사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생각에 조직검사가 흔한 검사인가 싶기도 하고, 이 병원이 조금 보수적으로 보는 병원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걱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내 이름이 불리고, 조직검사를 하러 다시 들어갔다. 

베드에 누워 기다리자 의사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시고, 내 목을 쓱쓱 닦으시더니 마취 주사를 놓았다. 

 

주사를 넣고 바로 조직검사가 진행됐고 누워있던 나는 어떤 장비로 조직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으나 느끼기만 할 뿐 보지는 못하였다.  

 

조직검사는 내가 느끼기엔 혹이 있는 위치에 두꺼운 바늘 같은 것을 꽂고 계속 이리저리 돌려가며 뭔가를 수집하는 느낌이었다. 막 바늘이 내 목 안으로 들어와 움직이는데 마취주사를 맞았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불편했다. 또 하고 싶은 검사는 아니다. 

 

검사가 끝나자 간호사분들께 조직검사 당일과 일주일 주의사항을 전달해주셨고 다시 의사선생님을 뵈었다. 

 

"초음파 사진 상 제가 봤을 때는 암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요즘 대형 병원은 예약하기 어려우니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리 병원을 알아보라는 말씀도 덧붙여주셨다. 

 

원래 의사들이 환자에게 혹시라도 모르는 확률이 있으니 겁을 주는 건지 아님 진짜 암일 확률이 높은건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의 표정과 말에서 느낀 것은 "이건 암이다" 였다. 

 

결과를 듣고 이게 뭐지 하면서 점점 심란해지는 마음을 다 잡고, 수납을 하고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 장기간의 방황으로 서른이 되어서야 새로운 직업을 찾아 열심히 달려가기 시작한 지금, 일을 시작한지 1년밖에 안된 지금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다. 간이식으로 엄마도 아프고 동생도 아픈데 나까지 우리 가족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원래 걱정이 많고 이상한 상상도 많이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별별 생각에 눈물도 났다.  

 

추운 바람에 눈물을 슬쩍 날리고 갑상선 암은 요즘 많이 걸리는 병이니 괜찮다며 혼자 진정하며,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생각보다 아빠는 큰일이 아니라는 듯, 괜찮을거라고, 아빠도 갑상선암인줄알고 검사했으나 아니었다고 말했고 아빠 덕분에 슬픔은 금방 사라지고 '와 내 인생 어떻게 흘러가는거지'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아빠도 전화로는 괜찮을거라 했지만 걱정이 많이 되셨나 보다. 집으로 가는 길에 2~3번 전화가 와서 갑상선암 잘 하는 병원 좀 찾아보라며 몇번을 통화를 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검사 일주일 후 듣기로 하였고, 그 동안 나는 동생과 친구들에게 나 이런일이 있다~ 가볍게 이야기하며 평소와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